▶ 교수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조교수 윤영규입니다. 

저는 KAIST에서 학사과정을 마치고 석사과정을 하면서 회로 설계를 연구하였고, 2018년 MIT에서 전자전산학(EECS)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사과정 동안에는 에드 보이든(Ed Boyden) 교수님 연구실에서 뇌의 전기신호를 광학적으로 이미징하는 기술과 이를 분석하는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였습니다. 이후 2018년 11월에 KAIST에 부임하여 현재까지 재직 중입니다.

▶ 교수님은 현재 뇌 계측 및 컴퓨팅 연구실 (Neuro-Instrumentation and Computational Analysis Lab)을 이끌고 계십니다. 주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및 동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 뇌 계측 및 컴퓨팅 연구실에서는 뇌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광학 이미징 기술과 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전공학 기술과 광학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빛을 통해서 작은 동물의 뇌 전체의 전기신호를 신경세포 단위로 읽어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큰 틀에서 보자면, 모든 신경세포의 전기신호를 읽어내기 위한 이미징 기술과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뇌의 연산 원리를 알아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전자회로를 분석하듯이 뇌를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분야를 시스템 뇌과학(systems neuroscience)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시스템'으로 생각해서 모델링하고 분석하는 것에 익숙한 전자공학자의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접근이지만, 아직 모든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충분한 속도로 이미징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이렇게 얻어낸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광학 기술과 AI 기술, 컴퓨팅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이미징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 올해 MICCAI 2021(국제영상처리학회)에서 발표한 교수님의 연구팀 논문이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어 '젊은 과학자 상(Young Scientist Award)'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논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 논문에서는 이미 촬영된 광학 현미경 이미지의 초점을 변경하여 다른 초점상의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소개하였습니다. 빛의 전파는 일정한 물리법칙을 따르며 공간적 불변성을 가지기 때문에 이를 재귀적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재귀 신경망을 통해서 이미지의 초점을 변경하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그림 1). 이를 활용하면 단일 초점 면의 이미지만 촬영하고 이 이미지의 초점을 변경하여 재구성(reconstruction)을 함으로써 3차원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뇌의 전기신호를 고속으로 3차원 이미징 할 수 있습니다.

▶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KAIST Institute 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간 근무하였는데, 이 때 생체의료팀에서 뇌파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게 되면서 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수학적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으나, 공부를 하면서 뇌에 대한 이해가 알고리즘 개발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조금씩 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함께 연구하던 바이오및뇌공학과 학사과정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조금 더 깊이 뇌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 에드 보이든(Ed Boyden) 교수님 연구실에 합류하였습니다. 약간 특이한 사항으로, 제 박사과정 어드바이저의 학과(뇌인지과학과, 바이오엔지니어링 학과, 미디어랩 겸임)와 제 학과(전자전산학과)과 달랐는데 MIT의 융합을 권장하는 문화에 영향을 받은 선택이었습니다. 

▶ 지금까지 연구활동을 해오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환경과 분야로 뛰어들어 연구를 하면서 모든 것이 힘들 게 느껴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1-2년차 때는 연구가 잘 되지 않아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해보자고 생각할 수 있었는데, 연차는 올라가면서 연구가 마음처럼 진전이 되지 않아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3년차 때부터 꾸준히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했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잘 풀어서 정신적 위기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연구를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없어 좌절감을 느끼는 (신경과학적으로) 매우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달리기는 열심히 했을 때 (신체건강에도 물론 유익하지만) 달리기 실력의 발전을 정비례해서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정신적으로 보상을 받음으로써 연구도 계속 열심히 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본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취미 생활을 통해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나 시도하고 싶은 연구가 있다면?

현재는 광학적으로 뇌의 전기신호를 읽어내고 이를 분석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후에는 광학적으로 뇌 신호를 읽어내고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다음 다시 광학적으로 뇌에 신호를 가하는 폐회로(close-loop)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는 현재도 이미 이러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뇌와 컴퓨터 사이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금보다 뇌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을 때, 이를 바탕으로 광학적으로 뇌에 정보를 쓰고 뇌로부터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수업이나 학생 지도방식 등에 있어서 교수로서의 포부가 있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지도교수라는 표현보다 우리말은 아니지만 어드바이저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이는 학생이 주도적으로 연구하고 학문적으로 성장을 잘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칫하면 저의 '지도'로 저도 모르는 사이 제가 학생들의 성장과 성취의 상한선을 그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 개인마다 뛰어난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함께 연구를 해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많은 학생들이 저보다 뛰어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 교수님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 또는 귀감으로 삼으시는 연구자가 있다면?

저의 연구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연구자는 제 박사과정 어드바이저였던 에드 보이든(Ed Boyden) 교수님입니다.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많은 경우에, 개인이 기존에 하던 연구 혹은 알고 있는 지식의 연장선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Ed Boyden 교수님은 최선의 해결책은 '내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 해결책을 찾음'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방향 중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음'을 통해 찾을 수 있다는 당연하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내용을 항상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발짝 물러서서 큰 틀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봄으로써 현재의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전략적 사고를 중요시 하였는데, Ed Boyden 교수님의 이러한 부분이 함께 문제를 풀던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자신의 논문을 꼽는다면? 

1순위로는 저의 박사과정 마지막 논문으로 Optica에 게재된 『Sparse decomposition light-field microscopy for high speed imaging of neuronal activity』 그리고 2순위로는 박사과정 2년차 때 Nature Methods에 게재된 『Simultaneous whole-animal 3D imaging of neuronal activity using light-field microscopy』 3순위로는 저희 연구실의 한승재 학생이 주저자로 작성해서 올해 MICCAI 학회에서 발표(신기정 교수님과 공동연구)한 『Efficient neural network approximation of robust PCA for automated analysis of calcium imaging data』논문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ptica에 게재된 논문은 광학 원리, 컴퓨팅 알고리즘, 뇌 신호의 특성을 활용한 융합 연구를 통해 얻은 성과로 저의 연구자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정립한 논문이기도 합니다. Nature Methods에 게재된 논문은 뇌공학으로 분야를 바꾼 이후 저의 첫 논문이었으며 저에게 새로운 분야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습니다. MICCAI에 게재한 논문은 뇌 이미지 데이터 분석 속도를 기존부터 수십 배 이상 높인 알고리즘(그림 2)에 관한 것으로 이를 바탕으로 연구실 내에서 많은 후속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도움이 될 만한 분야 관련 사이트 또는 서적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전공 서적 중에서는 광학 분야의 Introduction to Fourier optics (Goodman 저), AI 분야의 Deep Learning (https://www.deeplearningbook.org/, Goodfellow, Bengio, Courville 저)를 추천합니다. 비전공서적 중에서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Zeihan 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뇌공학과 AI 분야 모두 기존에 습득한 지식의 양보다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이 더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요즘 많은 분야에서 연구자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을 어떤 순서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뭐라도 한가지 접점을 찾아서 부딪혀보고 필요한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익힌다고 생각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뇌공학은 본질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융합학문이기 때문에 넓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의 공동연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큼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끼리 함께 연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부분이 학문 발전을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와 학과가 다른 어드바이저의 연구실에서 다양한 학과(수학, 물리, 뇌인지과학, 전자전산학, 기계공학, 바이오엔지니어랑학과 등)의 사람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 그 밖에 하시고 싶은 이야기

연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아직까지 세상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했지만 만약 해결책을 찾을 경우 우리의 삶이나 학문에 도움이 되는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의견을 도출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좋은 문제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아직 풀지 못한 만큼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란 마음으로 여유를 가지고 다같이 힘을 내면 좋겠습니다.